[Story D]불을 켜는 작은 변화, 디자인이 만든 가능성

8a13565892f9f.png

Ronson社의 Pist-O-Liter <출처:Ronson 홈페이지>


재밌게 생겼죠? 장난감처럼 생긴 위 제품은 Ronson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휴대용 라이터입니다. 이 휴대용 라이터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그건 단순히 ‘작고 안전하게 불을 피울 수 있는 장치’였습니다. 성냥으로 불을 피워야 했던 당시에 Pist-O-Liter라는 이름의 이 라이터는 편리함 덕분에 빠르게 퍼졌고, 휴대용 라이터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발명이 누군가에게는 편리함을 넘어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로 한 손만 사용할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요. 이전에는 성냥을 켜기 위해 두 손이 필요했기에 불을 피우는 일조차 큰 장벽이었거든요.


 “그냥 불 켜는 건데요?”

우리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냥을 켜기 어려워서 요리를 하거나 집안일을 시작조차 못했던 사람들도 있었죠. 하지만 라이터 하나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났습니다. 우리에게는 편리함을 주는 디자인이지만, 그들에게는 사회적 능력을 부여하는 디자인이 된 것이죠.


자동문, 경사로, 육교의 엘리베이터

자동문, 입구 경사로, 육교의 엘리베이터. 이런 시설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애인이 사회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시설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모두가 그 편리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건물 입구의 경사로 덕분에 카트만 있으면 혼자서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습니다. 계단이었다면 여러 명의 사람이 손으로 들고 옮겨야 했겠죠. 자동문 덕분에 양손에 짐을 들고도 쉽게 출입이 가능해졌어요. 엘리베이터가 있는 육교는 유모차를 끌거나 캐리어를 들고 이동할 때도 정말 유용하죠.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이 결국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된 셈이에요.


디자인의 새로운 블루오션: 장애인

요즘 디자인은 기능이나 성능보다 경험과 스토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필요한 물건을 갖고 있거든요. 새로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닙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필요한 디자인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보호의 대상처럼 여겨졌기에 상업적 수요를 만들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각이 늘어나며 형평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디자인은 장애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편리함과 가능성을 함께 가져다 줄 가능성이 많습니다. 앞서 얘기한 사례처럼요.


시선이 바뀌면, 삶도 바뀝니다

저에게는 장애인인 사촌 형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서 불편함이나 다름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아마 익숙했기에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학교도, 일자리도, 사회생활도 쉽지 않았고, 나이가 들어서는 결국 가족이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죠. 만약 사촌형이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일을 할 수 있었고, 가족 외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다채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돌보던 가족들도 자신의 삶에서 다른 선택을 할 기회가 있었을 것입니다. 

디자인은 예쁘고 편리한 걸 넘어서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이 우리 모두에게 편리함을 주고 있다는 사실,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지 않나요? 디자인은 꼭 필요한 건 아닐지 몰라도, 우리 삶을 더 좋게 바꾸는 멋진 일임은 분명합니다.


dde578af5540f.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