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D]영화관은 없다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는 종종 갑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도서관은 언제나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저에게는 그 곳의 규칙이 지나치게 엄격합니다.
노트북이 무소음이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고, 팬 소리가 폭풍우처럼 날 때는 죄책감이 밀려오죠.
전화는 분명 어딘가 있을 전화박스에서만 가능하고, 화장실을 갈 때도 기척을 숨기고 닌자처럼 다녀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카페에서 책을 읽습니다.
소음이 적당히 있고, 커피도 있고, 케이크도 있고, 화장실도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으니까요.
경망스러운 저에게는 그게 훨씬 인간적인 환경입니다.

그럼 영화관은 어떨까요.

얼마 전 영화관에 갔는데, 그곳은 사람을 볼 수 없는 인기 없는 박물관같았습니다.
엄숙하고, 조용하고, 어둡고, 숨소리조차 조절해야 하는 분위기.
안타깝게도 영화는 그 엄숙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팝콘은 30분 만에 사라졌고, 영화는 90분 내내 제자리였죠.
중간에 화장실을 가게 되었을 때는,
죄인의 자세로 온 몸을 숙여 보이지도 않는 계단을 올라야 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마치 수행 같네?”

저는 영화평론가가 아닙니다.
그저 쉬는 날, 친구와 가볍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죠.
그런데 영화관은 일할 때만큼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그건 여가가 아니라 훈련과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영화관이 꼭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구요.


1. 조명을 좀 밝힙시다. 그리고 수다를 허락합시다.

영화는 완전한 암흑이 아니어도 보입니다.
친구와 가볍게 수다를 떨며 보는 함께 보는 영화가 훨씬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핸드폰 화면이 잠깐 켜진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밝은 조명 아래에서 왁자지껄 보는 영화가 더 즐거울 때도 있습니다.


2. 음식의 스펙트럼을 넓힙시다.

팝콘과 콜라가 영화관의 정석이긴 하지만, 다양하게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피자, 햄버거, 치킨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테이블이 생각한다면, 분명 음료의 자리 논쟁은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영화에 맞춰 메뉴를 구성하는 것도 재미있을 꺼에요.
로맨틱 영화엔 달콤한 케이크, 뉴욕 배경 영화엔 피자, 부산이라면 씨앗호떡을 주는거죠.
요즘은 전국 맛집 요리가 다음날 아침에 집 앞에 오는 시대이고, 10분이면 간편조리로 완성이 가능합니다.


3. 화장실은 자유롭게.

영화를 보는 중에 화장실을 가는 건 거의 탈출 미션입니다.
어둠 속 계단을 기어 올라가고, 암막 커튼을 더듬고,
문인지 벽인지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빠져나가야 하죠.
이건 여가가 아니라 방탈출 게임에 가깝습니다.
90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에게 화장실 자유권 정도는 줘야 하지 않을까요.


30년 전, 책과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완전히 달라졌죠.
스마트폰을 들고, 무선 이어폰을 끼고,
원하는 영상과 음악을 즉시 재생하고,
책은 듣고, 정보는 AI가 10초 만에 찾아줍니다.

하지만 영화관은 여전히 30년 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화면은 커졌고 의자는 좋아졌지만,
컨셉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영화에 집중하라”는 그 규칙 말이죠.

영화관의 주인공은 사실 관객이고, 영화는 즐거운 시간을 위한 장치라 생각한다면,
영화관의 경험이 조금 더 편하고 유쾌하고 기억에 남을 수 있게 바뀌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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