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Life]디자인 즐거움

저는 디자인하는 것 자체는 좋아하지만 직업으로써 언제나 즐겁거나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직업으로 일을 즐기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계기가 되었던 것은 작은 김밥가게의 포스터 의뢰 건이었는데, 중간 시안을 전달하였을 때 ,사장님이 한 대답에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듯 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내주신 시안이 제가 참고하라고 보내드린 가게의 디자인과 너무 비슷해서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일하면서 이런 말은 무수히 많이 들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회사에 일하면서도 "너무 똑같잖아!"는 말을 상사에게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릅니다. 제 생각에 충격을 받은 점은 '똑같다.'가 아니라 이 일을 10년이나 하면서 '똑같은 대답을 듣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아차린 것이었습니다.

디자인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고객의 요구에 맞는 디자인 스킬이 충분한가요? 고객의 요구에 100% 충족하면 좋은 디자인일까요? 그리고 만약 고객이 자신의 원하는 것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디자이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발견한 디자인의 즐거움은 위의 질문에 다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보지 못했던 것들도 다 담겨져 있습니다.

저는 고객의 요구에 필요한 스킬을 다 가질 수도 없고, 기술적으로 100% 충족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더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 연마를 하겠지만, 모든 의뢰를 만족할 수 없습니다. '의뢰'의 표면이 디자인 기술로 해결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면에는 정서와 취향 등 복합적으로 유착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의뢰한 대로 나온 디자인이 언제나 좋은 디자인일 수도 없습니다. 고객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많은 디자이너라면 이런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확신이 찬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원하는 만큼 결과물로 나왔음에 그 다음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저도 고객의 잘못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디자인의 과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객이 '의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일 수는 있지만 모든 면에서 통찰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객보다 '의뢰'에 대해 이해가 높을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이 디자인이 즐거워지기 시작하는 부분이며, 좋은 디자인으로 가는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한 해결책은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1. 고객이 자신의 의뢰에 대해 충분히 얘기하고 저는 최대한 듣는다.
2. 고객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예를 들면, 손님이 되었을 때의 입장 등)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한다.
3. 고객의 반응을 살피면서, 고객의 성향을 이해하고자 한다.
4. 고객의 성향에 맞게 대답 방법을 바꿔가며 고객과 소통하는 법을 찾아간다.
5. 서로의 생각이 일치했다고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한다.

단순하지만 쉽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위와 같은 과정에서도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만든 디자인들은 분명 달랐습니다. 고객의 그 다음 반응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님, 저번에 했던 건 이래서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 부분을 보완하려고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디자인은 디자인일 뿐입니다. 디자인이 고객의 사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항해하는 우리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아득한 우리의 인생의 한 순간에 디자인이 다음으로 연결되는 이정표나 디딤돌이 되어줄 수 있다면? 여러분이 그 디자인을 해줄 수 있다면? 과연 디자인이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요?

e20c50da2272b.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