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Life]용인 스피드웨이, 한 여름의 속도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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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는 몇 번인가 다녀간 곳인데, 그 맞은편에 있다는 스피드웨이는 이번에야 처음 찾았다.
오후 여섯 시, 늦은 시간이라 2·3주차장은 이미 닫혀 있었고, 1주차장을 찾아가느라 잠시 길을 헤맸다.
네비게이션이 정확한 지점으로 안내하지 못해 도로 표지판을 더듬으며 겨우 차를 세웠다.

입구는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았다.
에버랜드 정문 근처에서 경기장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은 에버랜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무리의 사람들이 어디론가 향해 걷는 모습이었다.

입구는 조용했고 복잡하지 않았지만, 그 문을 지나자 압도적인 인파가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날 경기에 모인 사람이 2만9천명 이었다고 한다.
7월이었지만 저녁 공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도심과는 조금 다른 바람이, 가볍게 스쳐갔다.

관중은 너무 많았고, 시설은 그에 비해 부족했다.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거나 서서 봐야 했기에 어떡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한 경기는 보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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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카는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없다.
그건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다.
실제로 그 속도를 보기 전엔
이 기계에 마음을 빼앗길 줄은 몰랐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엔진의 굉음이 울리고,
보이지 않는 틈으로 밀고 들어가는 차들의 움직임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이 맺힐 정도였다.

'한 경기만 보고 간다'는 생각은
시원한 바람과 뜨거운 열기에 밀려 사라졌고,
마지막 경기를 기다리게 됐다.
철조망 가까이에서 얼굴을 바싹 붙여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 나도 똑같은 모습으로 차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레이스는 역사나 인식 면에서 아직 무르익지 않은 문화다.
하지만 오늘 느낀 건, 이건 낭만적인 스포츠라는 것.
조금 불편하고, 경기장에 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다음 번에도 보고 싶다.
그런 마음이 생긴 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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